[기획취재] \'하늘천 따지..\' 전국 한자열풍 후끈 <스포츠서울 2004.02.12>
정종환 · 2004.02.16 · 조회 29
[기획취재] \'하늘천 따지..\' 전국 한자열풍 후끈
[스포츠서울] 한자공부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은 물론이고 초·중·고교생까지 한자공부에 열을 올리며 올해 초부터 한자에 대한 관심이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해 12월 30일 한국무역협회를 비롯한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는 소속 회원사에 올해부터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한자구사능력 시험을 반영토록 적극 권고했다. 그런가 하면 대학들도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해 서울대는 한글로 된 ‘대학국어’ 교과서를 국·한문 혼용으로 개편하고 자체 한자학습 교재를 개발하는 등 한자교육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또 2005학년도부터는 일부 대학이 입시에서 한문을 제2외국어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중국어 수강 붐도 한자공부 열기를 더욱 뜨겁게 하고 있다. 앞으로 입시와 취업에서 대접(?)받게 될 한자공부의 현장과 학습법 등을 알아봤다.
◇한자 수험생 100만명 돌파
92년부터 한자시험에 등급제(1~8급)를 부여해 온 한국어문회(이사장 정기호)는 올 한해 동안 100만명이 응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1년부터 국가공인 한자시험을 주관해온 한국어문회의 이광진 검정관리부장(39)은 “지난해 국가공인 한자 관련 등급제 시험을 6차례 치렀는데 전국적으로 74만명이 응시했다”며 “올해는 100만명이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또 “한자능력검정시험이나 성균관대가 주최하는 ‘전국한자한문경시대회’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대학 특례입학이나 가산점 등의 혜택이 있어 한자와 한문 공부 열기는 수그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자시험 수험생 가운데는 초등학생이 전체의 60%, 중학생이 20% 정도를 차지한다.
◇자치 센터마다 하늘천(天) 땅지(地)…
최근 지자체의 ‘서당 교실’ 개설이 붐을 이루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는 용두1동, 답십리1·4동, 청량리1동, 휘경2동, 이문1동에서 한자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동작구는 노랑진1동, 상도3·5동, 신대방1동에서 ‘천자문’ ‘사자소학’ ‘명심보감’을 배울 수 있다.
동대문구의 답십리1동사무소 관계자는 “2001년에 처음 열었을 때는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수강하겠다는 학생이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답십리 주민자치센터에서 2년째 한자를 가르치고 있는 이경희씨(49)도 “초등학생이 한자공부를 하면서 어휘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3학년인 두 딸을 영어공부만 시켰다는 문혜란씨(36·서울 성북구 길음동)는 “한자공부를 미리 해놓으면 중국어 공부를 하는 데 쉽지 않겠느냐”며 “한자공부를 시킬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천자문’이 불티나게 팔리고
올해 들어 한자관련 서적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서울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달에 판매된 한자관련서적은 280여부. 지난해 12월보다 무려 400%나 증가했다. 교보문고 예능·취미코너의 이경화 팀장(40)은 “지난해 12월에 하루 평균 2부씩 팔리던 한자서적이 올해 들어 10부 이상 팔리고 있다. 이에 따라 부랴부랴 한자관련 서적판매대 크기를 2배 이상으로 늘렸고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전진 배치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자 관련서적만 100여권. 주요 학습지회사들은 한자관련회원수만도 15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자학습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아
이런 열기와는 반대로 한글학회나 관련 시민단체들은 한자공부에 대해 ‘불필요한 이중부담’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중국식 한자는 간자체를 선호해 우리의 정자체와 상당 부분 다를 뿐 아니라 국제교류를 위해서는 중국어 회화 가능자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 낫다는 주장이다.
한글학회의 유운상 사무국장(53)은 “한자교육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영어공부를 조기에 하느라 힘들어하는 초등학생에게 어려운 한자공부를 시키는 것은 가혹한 처사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컴퓨터는 물론이고 소설과 신문에서 한자가 많이 사라졌는데 생활하는 데 아무 불편이 없지 않으냐”며 “한자공부에 대한 이상열기는 한자학원과 출판사, 일부 한자 관련 단체의 마케팅에 의해 촉발된 측면도 있다”고 비난했다.
김희영기자 h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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