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眞景-그 새로운 제안\'展<세계일보 2003.9.24>
각 언론에 소개 되었지만 그중 비중있게 다룬 세계일보와 경향신문 기사를 옮겼습니다.
[미술]21C \'眞景\'은 무엇인가
국립현대미술관 \'眞景-그 새로운 제안\'展
15명의 작가 조각-미디어- 설치-회화 작업
우리 산하 돌아보고 도심 빌당숲 새해석
이 시대 진경(眞景)은 어떤 모습일까.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윤수)은 조선후기 문화의 황금기를 주도했던 진경의 정신을 한국 현대미술 속에서 찾아보는 ‘진경-그 새로운 제안’전을 24일부터 11월 11일까지 마련한다. 17~18세기 조선후기에 태동한 독특한 예술양식이었던 ‘진경’을 화두 삼아 한국현대미술을 조망해 보는 이번 전시는 말하자면 200년 이상의 세월을 뛰어넘는 ‘미술사의 흐름 잇기’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도에는 겸재 정선(鄭敾 1671~1751)이 당대의 자연과 환경으로부터 진경을 찾아냈듯이, 우리 시대 작가들도 마찮가지로 오늘의 진경을 탐색하고 있으리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진경을 가능케 했던 조건 중 하나였던 명-청 교체기의 이념적 혼란은 공교롭게도 탈냉전과 후기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탈중심적 가치관의 혼란과 상당히 닮은 꼴을 보여주고 있다. 또 겸제가 보여준 우리 산하에 대한 애정은 최근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국토순례와 문화답사의 열기 속에서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
전시 초점은 결국 겸재의 진경산수에서 보여지는 자연과 환경을 해석하는 태도가 현대의 작가들에게서는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구체적 전시작품을 통해 그 다양성의 이면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현대적 진경의 특성을 찾아보는 것이다. 다시말해 진행 중인 21세기 한국 현대미술의 현장 속에서 진경의 정신을 끄집어 내는 일이다.
전시는 자연-풍경-산수-도시라는 4가지 소주제로 나눠 이뤄진다. 각 주제는 작가들이 마주하고 있는 자연적 환경과 인공적 환경에 대한 해석과 반응을 보여준다. 강관욱 강운 김창영 김호득 박복규 박영대 백미혜 신문용 오숙환 원인종 정소연 정연희 차규선 최병관 홍순명 등 15명의 작가들로 구성되는 ‘원형으로서의 자연’은 보다 미시적 시각으로 자연의 원형적 현상을 예술적 표현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회화뿐 아니라 조각,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형식으로 포착된 순수자연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 준다.
‘대기로서의 풍경’코너에서는 독특하게 한국 대기의 느낌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강승희 강요배 곽정명 김보희 김애영 김을 김일권 김창태 도성욱 류성하 류재웅 문봉선 문인환 민병헌 박정렬 배병우 이원희 장이규 등 18명의 작가들은 도심만 벗어나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우리의 산과 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재현하고 있다.
‘양식으로서의 산수’에서는 진경산수의 전통적인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가들이 주를 이룬다. 김종억 김천일 나기환 민정기 박병춘 송필용 유근택 이정신 이종송 이호신 임택 정하경 조병연 최순녕 등 14명의 작가들의 그들이다.
회화에서 설치에 이르기까지 비록 그 해석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지만, ‘진경’이라는 전시 주제와 가장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소주제 ‘환경으로서의 도시’는 현대 진경의 의미를 묻고 있다. 겸재에게 자연이 삶의 터전이자 환경이었다면, 도시에서 나고 자란 현대 작가들에게는 거미줄처럼 뻗은 도시의 가로와 빌딩 숲이 오히려 진경일 수 있다. 이제 도시는 관조의 대상으로서의 풍경이 아니라 호흡을 하듯 우리와 매순간을 부대끼는 ‘환경’인 것이다. 고진한 권인경 김성호 김수영 김승연 노주환 박능생 박홍천 송성진 이여운 정선휘 조근호 최소영 최진욱 최호철 등 15명의 작품이 내걸린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자연은 예술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자 마르지 않는 영감의 샘이었다.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 곧 작가 자신과 세계를 파악하는 길이었고, 자연을 재현하는 것이 곧 자신과 세계를 드러내는 일이었다. 그 예술에 비추어 다시 본 자연은 우리의 인식과 경험을 한층 풍성하게 해준다.
국립현대미술관 임대근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현대 작가들과 그들이 해석하는 자연에 주목한다’며 ‘그들이 우리 시대의 겸재이며 그것이 우리의 ‘진경’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편완식기자 wansik@segye.com
<진경의 문화사적 의미>
진경(眞景)은 조선의 산천을 조선의 고유한 예술 형식에 담아 그려내고자 했던 겸재 정선(鄭敾)의 진경 산수화와 삼연 김창흡(金昌翕), 사천 이병연(秉淵) 등의 진경 시문학을 공통적으로 수식하는 용어다.
조선 후기 숙종에서부터 정조에 이르기까지 약 125년간은 퇴계와 율곡의 학문적 업적 위에 독자적 사상체계를 꽃피운 조선 성리학파의 학문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당당히 조선중화주의(朝鮮中華主義)를 부르짖을 정도로 긍지 높았던 시대였다.
모름지기 시대적 분위기는 문화적 성과로 나타나게 마련. 송강 정철의 가사문학, 석봉 한호의 서체, 서포 김만중의 한글소설 등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진경문화가 등장할 문화적 토대를 형성하였다. 한껏 고조된 ‘우리것’에 대한 관심은 곧 그들 삶의 터전인 국토에 대한 애정으로 전이되었다. 이 지극한 국토애를 표현할 예술 형식을 모색하게 이른 것이다. 이 시대의 요구에 화답한 것이 바로 ‘진경’이었다.
겸재는 화이론(華夷論)적 세계관에 따라 중국식 화보를 베끼던 정형 산수화를 탈피하여 직접 전국 곳곳의 산하를 답사하고 사생하여 화폭에 표현하는 새로운 화풍을 창안하였다. 사천 역시 중국의 고문(古文)보다는 조선의 고유언어를 적극 활용하여 각 지방의 기후 풍물 지형 인심과 더불어 경승(景勝)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사경시(寫景詩)를 지었다. 이것이 곧 진경 산수요 진경 시문학이었다.
간송미술관 최완수씨의 경우는 ‘진경시대’라는 용어를 조선 후기 문화 절정기를 일컫는 문화사적인 시대 구분의 명칭으로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사진>나기환작 \'평창강의 금당계곡\'
( 2003/09/22 19:47 )
[미술]21C \'眞景\'은 무엇인가
국립현대미술관 \'眞景-그 새로운 제안\'展
15명의 작가 조각-미디어- 설치-회화 작업
우리 산하 돌아보고 도심 빌당숲 새해석
이 시대 진경(眞景)은 어떤 모습일까.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윤수)은 조선후기 문화의 황금기를 주도했던 진경의 정신을 한국 현대미술 속에서 찾아보는 ‘진경-그 새로운 제안’전을 24일부터 11월 11일까지 마련한다. 17~18세기 조선후기에 태동한 독특한 예술양식이었던 ‘진경’을 화두 삼아 한국현대미술을 조망해 보는 이번 전시는 말하자면 200년 이상의 세월을 뛰어넘는 ‘미술사의 흐름 잇기’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도에는 겸재 정선(鄭敾 1671~1751)이 당대의 자연과 환경으로부터 진경을 찾아냈듯이, 우리 시대 작가들도 마찮가지로 오늘의 진경을 탐색하고 있으리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진경을 가능케 했던 조건 중 하나였던 명-청 교체기의 이념적 혼란은 공교롭게도 탈냉전과 후기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탈중심적 가치관의 혼란과 상당히 닮은 꼴을 보여주고 있다. 또 겸제가 보여준 우리 산하에 대한 애정은 최근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국토순례와 문화답사의 열기 속에서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
전시 초점은 결국 겸재의 진경산수에서 보여지는 자연과 환경을 해석하는 태도가 현대의 작가들에게서는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구체적 전시작품을 통해 그 다양성의 이면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현대적 진경의 특성을 찾아보는 것이다. 다시말해 진행 중인 21세기 한국 현대미술의 현장 속에서 진경의 정신을 끄집어 내는 일이다.
전시는 자연-풍경-산수-도시라는 4가지 소주제로 나눠 이뤄진다. 각 주제는 작가들이 마주하고 있는 자연적 환경과 인공적 환경에 대한 해석과 반응을 보여준다. 강관욱 강운 김창영 김호득 박복규 박영대 백미혜 신문용 오숙환 원인종 정소연 정연희 차규선 최병관 홍순명 등 15명의 작가들로 구성되는 ‘원형으로서의 자연’은 보다 미시적 시각으로 자연의 원형적 현상을 예술적 표현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회화뿐 아니라 조각,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형식으로 포착된 순수자연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 준다.
‘대기로서의 풍경’코너에서는 독특하게 한국 대기의 느낌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강승희 강요배 곽정명 김보희 김애영 김을 김일권 김창태 도성욱 류성하 류재웅 문봉선 문인환 민병헌 박정렬 배병우 이원희 장이규 등 18명의 작가들은 도심만 벗어나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우리의 산과 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재현하고 있다.
‘양식으로서의 산수’에서는 진경산수의 전통적인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가들이 주를 이룬다. 김종억 김천일 나기환 민정기 박병춘 송필용 유근택 이정신 이종송 이호신 임택 정하경 조병연 최순녕 등 14명의 작가들의 그들이다.
회화에서 설치에 이르기까지 비록 그 해석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지만, ‘진경’이라는 전시 주제와 가장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소주제 ‘환경으로서의 도시’는 현대 진경의 의미를 묻고 있다. 겸재에게 자연이 삶의 터전이자 환경이었다면, 도시에서 나고 자란 현대 작가들에게는 거미줄처럼 뻗은 도시의 가로와 빌딩 숲이 오히려 진경일 수 있다. 이제 도시는 관조의 대상으로서의 풍경이 아니라 호흡을 하듯 우리와 매순간을 부대끼는 ‘환경’인 것이다. 고진한 권인경 김성호 김수영 김승연 노주환 박능생 박홍천 송성진 이여운 정선휘 조근호 최소영 최진욱 최호철 등 15명의 작품이 내걸린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자연은 예술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자 마르지 않는 영감의 샘이었다.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 곧 작가 자신과 세계를 파악하는 길이었고, 자연을 재현하는 것이 곧 자신과 세계를 드러내는 일이었다. 그 예술에 비추어 다시 본 자연은 우리의 인식과 경험을 한층 풍성하게 해준다.
국립현대미술관 임대근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현대 작가들과 그들이 해석하는 자연에 주목한다’며 ‘그들이 우리 시대의 겸재이며 그것이 우리의 ‘진경’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편완식기자 wansik@segye.com
<진경의 문화사적 의미>
진경(眞景)은 조선의 산천을 조선의 고유한 예술 형식에 담아 그려내고자 했던 겸재 정선(鄭敾)의 진경 산수화와 삼연 김창흡(金昌翕), 사천 이병연(秉淵) 등의 진경 시문학을 공통적으로 수식하는 용어다.
조선 후기 숙종에서부터 정조에 이르기까지 약 125년간은 퇴계와 율곡의 학문적 업적 위에 독자적 사상체계를 꽃피운 조선 성리학파의 학문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당당히 조선중화주의(朝鮮中華主義)를 부르짖을 정도로 긍지 높았던 시대였다.
모름지기 시대적 분위기는 문화적 성과로 나타나게 마련. 송강 정철의 가사문학, 석봉 한호의 서체, 서포 김만중의 한글소설 등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진경문화가 등장할 문화적 토대를 형성하였다. 한껏 고조된 ‘우리것’에 대한 관심은 곧 그들 삶의 터전인 국토에 대한 애정으로 전이되었다. 이 지극한 국토애를 표현할 예술 형식을 모색하게 이른 것이다. 이 시대의 요구에 화답한 것이 바로 ‘진경’이었다.
겸재는 화이론(華夷論)적 세계관에 따라 중국식 화보를 베끼던 정형 산수화를 탈피하여 직접 전국 곳곳의 산하를 답사하고 사생하여 화폭에 표현하는 새로운 화풍을 창안하였다. 사천 역시 중국의 고문(古文)보다는 조선의 고유언어를 적극 활용하여 각 지방의 기후 풍물 지형 인심과 더불어 경승(景勝)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사경시(寫景詩)를 지었다. 이것이 곧 진경 산수요 진경 시문학이었다.
간송미술관 최완수씨의 경우는 ‘진경시대’라는 용어를 조선 후기 문화 절정기를 일컫는 문화사적인 시대 구분의 명칭으로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사진>나기환작 \'평창강의 금당계곡\'
( 2003/09/22 19: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