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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까지 ‘진경 - 그 새로운 제안’展 <경향신문 2003.9.29>

정종환 ·2003.10.14 ·조회 52
우리시대의 진경 산수화 ‘이땅의 향기’


◇11월 11일까지 ‘진경 - 그 새로운 제안’展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이 시대의 눈으로 본다면 어떤 울림으로 다가올까. 미술관에서 만나는 이 땅 우리들의 향기는 어떤 모습으로 화폭에 담겨질까.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윤수)이 ‘진경-그 새로운 제안’전을 11월11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하고 있다. 조선후기 문화의 황금기를 주도했던 진경(眞景)정신을 계승·발전시킨 한국현대미술 작품들을 자연·풍경·산수·도시 등 네가지 부문으로 나누어 다양하게 선보인다.


‘진경’은 17~18세기 조선후기의 독특한 예술양식. 조선중기까지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조선 화가들이 조선의 풍경을 그리지 않고 중국 산수(山水)를 소재로 중국화풍의 산수화를 주로 그렸다. 그러나 겸재 정선(1671~1751)이 중국식 화보를 베끼던 화가들과 달리 과감하게 우리 산천을 소재로 한 ‘진경산수’를 그리면서 조선후기는 ‘진경’을 화두로 한 문화의 르네상스를 이룬 것이다. 당시 겸재는 전국 곳곳을 답사하며 조선의 산수를 화폭에 표현했는데, 당연히 진경의 출발점은 산수를 묘사하는 점에서 ‘실경(實景)’이었다. 아울러 겸재의 진경사상은 삼연 김창흡(1653~1722), 사천 이병연(1671~1751) 등이 이룬 진경 시문학(詩文學)의 뿌리로 이어졌다.


이번에 마련된 ‘진경-그 새로운 제안’전은 겸재의 진경산수에서 보여지는 우리 강산과 환경을 이 시대의 작가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발현하는가를 제시하는 현대적 진경의 키워드인 셈이다. 300여년전 겸재가 표현한 강산(江山)류의 자연은 현대를 사는 동시대 작가들에 의해 실경을 뛰어넘은 환경, 즉 빌딩 숲까지도 익숙한 자연으로 존재한다.


출품작가는 62명. 네가지로 구분된 전시중 ‘원형으로서의 자연’은 미시적 시각으로 자연의 원형적 현상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강관욱의 대리석조각, 김창영의 영원한 아이템인 모래캔버스, 김호득의 대형 수묵화, 백미혜의 비닐과 야광스티커를 이용한 설치작업을 비롯해 오숙환·정연희·최병관씨 등 15명이 포착한 순수자연이 신선하다.


‘대기로서의 풍경’에서는 친근한 우리의 산과 들을 소재로 재현했다. 강승희·강요배·김일권·김창태·류성하·민병헌·박정렬·배병우·장이규씨 등 18명이 사실적인 접근과 특유의 개성으로 풍경을 노래했다.


‘양식으로서의 산수’에는 진경산수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김종억의 목판 작업, 박병춘의 한지에 수묵회화, 송필용의 푸른 유채화, 유근택·이정신·이호신의 사실적 산수화, 임택의 산수(山水)설치 등 회화부터 설치에 이르는 15명의 다양한 접근이다.


‘환경으로서의 도시’에는 고진환·권인경·김승연·박능생·박홍천·이여운·정선휘·조근호·최소영·최진욱씨 등 15명이 각각 작품을 선보인다. 겸재에게 자연이 삶의 터전이었다면, 현대작가들에게는 복잡하게 뻗어나간 도로와 빌딩숲이 진경이다. 김승연씨는 자신의 상징작업인 동판을 사용한 메조틴트 판화를 통해 도시의 밤을 보여준다. 노주환은 수많은 납활자로 도시지도를 입체화했다. 최소영은 청바지 소재인 푸른 데님과 노란 데님 조각을 이어붙여 빌딩과 도시의 주택가를 표현했다.


60대부터 3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의 작가들이 이 시대의 산수화를 통해 말하고 싶은 철학은 무엇일까. ‘현대인들의 생각과 삶은 참으로 고달프고 복잡하지만, 그건 결국 순수한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구도의 과정’이라는 외침일게다. 전시 외에 청소년을 위한 미술체험 워크숍, 작가와의 대화, 풍경화 작가 되어보기, 전시설명회 등도 준비된다. (02)2188-6000


〈유인화기자 rhew@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3년 09월 29일 16: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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