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길어지고 가을은 짧고 겨울은 온듯 만듯…사계절이 ‘死계절’ 될라 <국민일보 2004.03.05>
정종환 · 2004.03.07 ·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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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보다 따뜻한 날이 더 많고 눈 대신 비가 내리는 엄동설한(嚴冬雪寒). 여름마다 반복되는 열대·아열대성 폭우와 지난 여름 남해안을 강타한 해일. 게다가 장마처럼 하루 걸러 비가 내리는 가을 날씨까지.
한반도의 기후가 급변하고 있다. 여름은 길어지고 가을이 늦게 시작되며 겨울은 온 듯 만 듯한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이상 기상현상들은 어느 한 순간 시작된 이변이 아니라 오랜 세월 꾸준히 변화한 기후로 인해 나타나는 것들이다. 하지만 목전에 기상 이변과 이로 인한 재해 피해가 닥쳤음에도 이에 대비하는 우리의 준비는 너무도 허술하다.
◇아열대화되는 한반도=북극에서 적도지방까지 기후를 보통 한대와 온대,열대로 구분한다. 이중 온대는 다시 아열대와 아한대로 나누어 4등분 할 수 있고,해양과 사막기후 등 11가지로도 세분한다.
아열대 기후의 경계는 가장 추운 달의 월 평균기온이 영하 3℃가 되는 곳이다. 과거의 경우 영하 3℃의 등온선은 전라도와 경상도 등 남부에 위치했으나 최근엔 서울과 경기도 북쪽으로까지 북상했다.
이 기준에 따른다면 이제 남한의 대부분은 ‘아열대 기후’에 속하게 된 셈이다. 이같은 온난화가 계속 지속된다면 10년 후에는 아열대 북방 경계선이 황해도까지 북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의 기후환경 변화=20세기 이후 남한의 연 평균기온은 약 0.6∼2.0℃ 상승했고 북한 역시 연 평균기온이 1.9℃ 증가했는데 이중 특히 중강진은 3.1℃나 상승했다. 이를 겨울철 기온만으로 따져보면 한반도의 겨울철 월 평균최저기온은 2.0∼4.9℃나 상승한 것이 된다.
이같은 연 평균기온 상승은 북쪽의 몽골이나 중국 중·북부는 남쪽의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나 1주일 등 단기간 기온이 5∼10℃ 변동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1년의 평균기온이 2℃ 올라가고 겨울철 기온이 3∼5℃나 상승하는 것은 향후 인간 및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의 기후환경이 아열대로 바뀌는 엄청난 문제를 대면하고서도 서서히 진행된다는 점 때문에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지구온난화는 인류와 생태계를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임에도 인류는 계속적인 연료 연소와 자동차 배기사스,온실기체의 배출로 점점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다.
한반도의 예만 봐도 2002년 3월 21일 발생했던 최악의 황사나 2년 연속 발생한 홍수 등은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게다가 학계 일부에선 특정 지역의 기상 이변 뿐만 아니라 사스(SARS)나 조류독감의 발생 또한 기후환경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수만 가지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병원균이 기후환경에 따라 순환 및 보전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과거에 나타나지 않았던 악성 병원균들이 나타나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더욱 두려운 것은 현재와 같은 추세로 기후 환경이 변화한다면 10∼20년 후에 더 큰 기후환경 재해와 새로운 악성 병원균이 창궐할 것이란 점이다.
◇생태계도 급변한다=지구온난화에 따라 해수온도가 증가하고 난대성 어류가 북상하고 있으며 1970년대와 비교할 때 토양의 결빙 깊이도 10㎝ 이상 얕아졌다.
겨울이 덜 추워지고 기간이 짧아지면서 식물의 성장 계절이 길어지고 있다. 북한에서도 겨울이 20일 짧아지고 봄과 여름이 15일이나 빨리 온다고 보고되고 있다.
아열대 식물과 조류가 계속 북상하면서 남방지역의 병충해도 확산되고 있다. 추위에 약한 각종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들이 따뜻해진 겨울 날씨로 인해 죽지 않고 월동하며 봄에 다시 창궐하는 것이다.
점점 상록수가 줄어들고 활엽수림이 지배적으로 확산되는 것 또한 문제다. 한반도의 산림은 지금도 상록수가 40% 미만으로 대기환경 정화에는 부족한 상태인데다 벌목이나 산불지역에서 새로 발아되는 수종 역시 대부분 활엽수다.
활엽수는 상록수와 달리 6개월 이상 동면하기 때문에 대기오염과 온실기체의 감소에 비효과적으로 활엽수 지역이 점점 확장된다는 것은 지표를 계절적으로 반(半) 사막화 시킨다고 볼 수 있다.
◇강우량 증가도 온난화 탓=지구온난화로 인해 높은 산에 쌓인 만년설과 60여개의 빙하가 급속히 녹아 그 두께와 면적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북극해의 얼음이 절반 이상 녹고 있어 전 세계가 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년설과 빙하 면적이 줄어드는 것은 대기 중에 수증기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이로 인해 강우량은 많아지게 되고 지역적으로 소나기성 폭우도 늘어난다.
실제로 우리나라 여름철에 나타나는 장마의 특성과 행태도 크게 변했다. 과거 30∼40일동안 지루하게 오던 장마비가 이제는 2∼3주 동안 3∼4차례 오는 듯하다가 끝난다. 다만 국지적으로 폭우가 발생하고 그 편차가 커져 방그라데시 등의 지역에서 나타났던 폭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준비와 대책이 필요하다=주의할 것은 기후환경 변화와 각종 재해의 가능성을 ‘설마’하며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점.
기후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는 과기부와 환경부,기상청,농림부,해수부,산림청,보건복지부,산업자원부 등 각 정부 부처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문제이므로 이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갖고 국가적·범사회적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환경 변화에 관한 준비와 대책은 전자제품 등의 제조와 수출산업 육성에 버금가는 중요한 일이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자연 재해는 국가적인 발전은 물론 우리의 일상생활과 각종 산업에 제동을 걸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기후환경 변화를 상세히 파악하고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국책과제들을 설정,동아시아 지역의 기후환경 변화에 대한 연구와 대책 마련에 조속히 착수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용승(한중대기과학연구센터장)
◇필자 약력=서울대 문리대 졸업·일본 쓰쿠바대학 이학박사·한림원 종신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