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동 전문사이트·부모 모임 기지개 <중앙일보 2000.10.18>
정종환 · 2004.03.14 · 조회 5
[속보, 건강/생활] 2000년 10월 18일 (수) 16:44
\"우리 준성이는 유난히 순한 아이였습니다. 돌 때까지 걷지 않았지만 그저 조금 늦으려니 했고 결국 18개월이 돼서야 걷기 시작했어요. 두 돌이 다 되도록 말을 하지 않아 말도 늦나보다 했는데, 병원에 가보니 자폐증이라고 하더군요. \"
다른 사람과의 상호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지내는 자폐증. 그저 아이가 조금 늦되려니 하다가 때를 놓쳐 치료시기를 영영 놓치는 경우가 많다. 두 돌 정도에 발견되는 자폐증을 6~7세까지 방치한다면 치료가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자폐증임을 알게 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치료 기관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전문적인 연구기관이나 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
하지만 최근 들어 자폐아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정보인 교수는 지난 3일 자폐.정신지체.뇌성마비 등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아동들의 치료를 위한 커리큘럼을 개발,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ddchild.com)에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 2년간 특수교육전문가.물리치료사들이 공동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구축한 이 인터넷 홈페이지는 앞으로 7개월간 원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자료를 배포할 예정. 여기에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8백여가지 놀이치료법과 1천5백여장 분량의 각종 연구보고서가 실려있으며 관련 전문가들의 실시간 온라인 상담과 2주에 1회씩 직접 면담도 실시된다.
정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조기 치료. \"부모가 정상적인 발달단계와 자폐의 기본적인 증상들을 미리 숙지하고 이상이 발견될 경우 병원을 찾아 최대한 빨리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며 \"2살 무렵부터 2~3년간 주 40시간 이상 집중적인 치료를 꾸준히 받은 아이들의 경우 50% 가량이 정상인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는 외국의 임상실험 결과도 있다\" 고 전한다.
한편 국내의 척박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자폐아의 부모들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3년전 자폐로 진단받은 2살배기 조카를 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애를 태웠던 노들길(30)씨 가족은 올 초 직접 \'난나야\' (http://www.nannaya.net) 라는 자폐전문 사이트를 설립, 운영중이다.
노씨가 이 사이트를 개설한 이유는 믿을만한 정보가 전무해 엉뚱한 곳에서 고생하고 돈만 날린 자신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난나야\' 에선 자폐아를 둔 부모들이 모여 최신 외국 서적을 번역 정리하거나 직접 체험해 본 치료기관과 기법을 평가해 다른 부모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종교에 지나치게 의지해 무조건 믿기만 하면 나을 수 있다거나, 검증되지 않는 치료법을 무작위로 강요하는 치료기관은 믿지 말라\" 는 것이 노씨의 조언.
노원지역장애아부모회가 만들어진 배경도 비슷하다.
지난해 발달장애아를 둔 엄마들 7명이 3만원씩 돈을 걷어 다른 부모들을 위한 정보지 2천부를 찍어서 무료로 나누어 준 것이 계기가 됐다.
같은 어려움을 가진 부모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현재 회원수는 2백7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에는 아예 부모회를 결성하고 구청이나 복지관 등에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설하도록 요구하기도 하고 특수교육을 시키는 학교들을 발굴해 서로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자폐아들의 부모들이 답답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
자폐란 세계 어디서나 1만명에 4명꼴로 나타나는 신경생물학적 결함임에도 불구하고 \'냉정한 부모가 아이를 자폐아로 만든다\' 거나 \'엄마가 잘 돌보지 않는 것이 원인\' 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자폐아동을 둔 부모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혜민 기자